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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04 2005-7-30 지리산 1
7월 29일(금) 일을 끝내고 저녁 식사를 한 뒤 자정에 함양을 거쳐 지리산 입구인 백무동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식사 때 마신 와인의 기운과 평소에 잠자던 시간이 지나서인지 금방 잠이 들었는데 차에서 깊은 잠에 빠지기는 힘들어 자는 둥 마는 둥 금방 함양에 도착하였다. 절반이 넘는 승객이 내리고 차는 다시 출발. 백무동에 도착하니 7월 30일 오전 3시 40분 경이다.

차에서 내려 잘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등산로 입구까지 올라갔다. 매표소에서 표를 산 다음 길을 대충 물어보고 세석대피소와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갈림길에 있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등 산행준비를 마쳤다. 아래의 첫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전 4시 9분. 산행 시작이다.

깜깜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어두워서 그런지 균형 잡기가 쉽지 않다. 주위가 안보일 때는 균형을 잡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을 보면 균형을 잡는데 시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헤드랜턴의 약한 불빛에 의존하여 계속 올라갔는데 초행임에도 불구하고 헤매지 않은 것을 보면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잘못 들 가능성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워서 그랬는지 무심코 하동바위를 지나쳐 버렸다. 등반을 시작한지 한 시간이 약간 지난 뒤에 참샘에 도착했다. 초행인데다 어두워서 샘을 찾지 못했는데 아래에서 지나친 3부자가 올라와서 같이 물을 마시고 수통에 물을 보충하였다. 그 분들은 전주에서 왔다고 하는데 초등학생 막내 아들이 끼어 있었다. 산행 시작 후 장터목대피소까지 가는 길에 세 팀을 만났는데 내려오는 팀은 장터목 직전에서 만난 팀 하나였다. 대중적인 산행코스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산을 올라가는 사이 해가 떴다. 주위가 밝으니 한결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 계속 올라가다가 소지봉과 망바위 사이에서 서울동부터미널 편의점에서 산 죽을 아침 겸 간식으로 먹었다. 이것을 먹고 장터목대피소에서 컵라면을 먹기로 했는데 컵라면은 장터목에서 팔지 않아 먹지 못하고 하행 길에 로타리산장에서 먹었다. 시장기가 느껴지거나 몸에 힘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초코스낵인 자유시간과 물을 먹었다. 떠나기 전에 김밥을 사려고 했는데 더운 여름에 상하기 쉬울 것 같아서 김밥은 포기하고 죽을 산 것이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하여 망바위를 거쳐 일곱시가 되어서야 능선길에 오를 수 있었다. 사위가 탁 트인 것이 기분이 좋아져서 힘든 줄 모르고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7시 23분 쯤 갑자기 눈 앞에 장터목대피소가 들어온다. 4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3시간 20분만에 도착하니 갑자기 나타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산행하면서 별로 쉬지 않아 그런지 지도 상에 표시된 시간보다 몇 십분 단축했다. 괜히 뭔가 이득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장터목에서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시고, 물을 보충하는 등 15분 가량 쉰 다음 천왕봉을 향해 갔다. 천왕봉을 오르는 길에 많은 학생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는데 장터목에서 캠핑을 한 다음 천왕봉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외국인 학생도 많이 있었는데 모두들 "안녕하세요"라고 밝게 인사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홍익교회에서 왔단다.(어디의 홍익교회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음)

제석봉 고사목지대를 지나 천왕봉에 도착한 것이 8시 30분이다. 백무동에서 떠난지 4시간 20분만에 정상에 도착하였다. 지리산에서는 일출 두 시간 전부터 산행이 허용된다. 산 밑에서 출발하여 두 시간 만에 천왕봉에 도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근처에서 잠을 자야 한다. 그러니 무박2일 산행으로는 천왕봉 일출을 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천왕봉 위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무척 시원하였는데 조금 있으니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정상이라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땀이 식어 한기를 느끼게 되어 10분 정도 머물다가 중산리 쪽으로 하산하기 시작했다. 중산리 쪽에서는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급경사인데다 해가 중천에 떠서 무척 힘들어 했는데 내려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로타리산장에 도착했는데 아무 생각이 없이 내려가다 보니 법계사는 보지도 못했다.

로타리산장에서 컵라면을 팔기에 사서 먹고 칼바위 방면과 순두류 방면 어느 쪽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무릎 건강을 위해 거리가 멀지만 완만한 경사라고 생각한 순두류 코스를 택하였다. 이 코스도 너덜길이 지속되는 등 쉬운 코스는 아니었다. 산행을 하면서 올라가기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헛된 생각을 하며 50분 정도 내려가니 순두류 아지트에 도착하였다.

법계사에 본부를 둔 빨치산들이 이곳 아지트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경계를 했다고 한다. 빨치산들이 목욕한 순두류 아지트 계곡물에서 간단히 땀을 씻어내고 계속 내려갔다. 조금 더 가 자연학습원에 도착하였다. 이곳부터 중산리 주차장까지 3km는 시멘트 포장길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멘트 포장길이 30분 이상 지속된다.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 중산리 매표소에 도착 새벽 4시에 시작한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전 4시 10분 쯤 출발하여 지리산을 횡단한 다음 11시 45분에 반대편에 도착하였다. 총 7시간 35분이다.

이번 산행에서 느낀 점은 지친 상태에서 산을 내려가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다음에 지리산에 오게 된다면 산행 종착지를 성삼재로 하여 내려가는 길을 최소화하는 코스를 생각해봐야 되겠다. (성삼재에서는 차를 타고 내려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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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m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