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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1 2007 동경마라톤 참가기록

2007 동경마라톤 참가

 

동경에서 처음으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였다. 작년 8월 경에 그 사실을 알았고, 추첨으로 참가자를 결정한다기에 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내가 당첨되었을 때 처음 하는 대회이니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신청한 사람들 대부분 당첨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경 시내를 달려가는 중에 어떤 한국분을 만났는데 그 분 말로는 전부 당첨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재수가 좋았던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어쨌든 10월에 당첨 소식을 듣고 신청 당시 예약한 비행기 확인하고, 호텔 예약하고 드디어 2월 17일 D-1이 되었다.

 

김포공항을 거쳐 하네다 공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신주쿠에 있는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아사쿠사를 구경하고 도쿄돔으로 가서 선수등록을 해야 하는데 일단 해가 있는 동안 아사쿠사를 보기로 했다. 호텔 근처 음식점(三國日)에서 우동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아사쿠사로 갔다.

 

나카미세 거리 입구에 있는 문을 지나 나카미세에 늘어져 있는 상점의 상품을 구경하고 센소지 경내로 들어갔다. 이번 여행은 가족과 같이 갔는데 나카미세에 있는 물건들에 대해서 그리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봐도 좀 유치한 것이 사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근처 음식점(특히 이자카야)에는 눈길이 많이 갔다. 센소지 경내에 들어가 대충 구경을 하고 사진도 찍은 다음 도쿄돔으로 향했다.

 

아사쿠사 역에서 도에이 아사쿠사센을 탄 다음 구라마에 역에서 오에도센으로 갈아타야 되는데 역이 붙어있지 않아 밖으로 나와서 무려 270m나 걸어가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오는데 표지판을 놓치는 바람에 지나쳐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오에도센 열차를 타고 고라쿠엔 역으로 가서 도쿄돔으로 들어갔다.

 

선수등록을 한 다음 배번과 물품봉투, 각종 안내장 등을 받은 다음 마라톤엑스포에 전시된 여러 상품들을 보았는데 내가 필요해서 찾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 동경마라톤 기념 티셔츠만 한 장 산 다음 숙소로 돌아갔다. 계속해서 비가 주룩주룩 와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신주쿠역 과 호텔 사이에 있는 이자카야에 가서 술과 함께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 다음 호텔로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바깥을 보니 비가 계속 온다. 일단 호텔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빵, 컵라면 등 간단한 요기거리를 산 다음 방에서 아침을 먹었다. 7시부터 짐을 맡길 수 있다고 해서 갔는데 각 트럭마다 번호가 붙어 있어 자기 번호가 해당되는 트럭에 짐을 맡기면 되는 시스템이다. 비가 오면 짐을 맡길 때 비닐로 된 비옷 겸 바람막이를 준다고 해서 달라고 했더니 준비가 안되었단다. 그들은 영어나 한국어를 못하고 나는 일본어를 못하니 손짓 발짓 몸만 피곤하다.

 

9시 10분 출발이라 8시 45분까지 해당 그룹에 가면 되기에 호텔 방으로 돌아가서 용변도 보고, 달리기 옷으로 갈아 입고 나서 잠시 쉬었다가 집결 장소로 갔다. 비가 줄기차게 오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호텔 방에서 물건을 살 때 준 포장 비닐이 큰 것이 있어 구멍을 대충 뚫은 다음 뒤집어 쓰고 나왔으니 망정이지 그냥 나갔으면 고생을 많이 할뻔 했다. 정작 나와 보니 다른 사람들은 전부 도코메트로 마크가 찍힌 비닐을 뒤집어 쓰고 있다. 내가 너무 일찍 짐을 맡기는 바람에 받지 못한 것 같다. 너무 부지런해도 탈이다. 집결지에 가다보니 누가 우산을 길에다 버렸기에 집어서 쓰고 갔다. 비닐을 쓰고 있지만 머리는 무방비상태였는데 우산으로 해결하였다. 이상한 것은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우산을 버리고 그냥 비를 맞고 있었다. 우산 쓴 사람보다 버려진 우산이 훨씬 많았으니까.

 

내가 속한 G그룹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있으니까 어느 백인이 슬그머니 우산 밑으로 들어온다. 그는 비닐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추워서 벌벌 떨고 있었다. 비록 내가 주운 우산이지만 남을 위해서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는 독일 사람으로 8번째 마라톤이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9시 5분에 휠체어 선수들이 출발하고 10분 정각에 선수들부터 출발을 하였다.

 

출발점을 통과하면서 공식 시간을을 측정하는 시계를 보니 9분이 약간 넘어 있었다. 도로를 꽉 메운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달려 나갔는데 빨리 뛰고 싶어도 사람이 너무 많아 추월은 거의 불가능했다.

 

신주쿠 도청사 앞에서 출발하여 황궁, 히비야 공원, 도쿄타워 등을 거쳐 시나가와 역 근처까지 가서 반환을 한 다음 긴자를 지나 북쪽으로 간 다음 아사쿠사의 카미나리몬 앞에서 돌아 도쿄 국제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코스다.

 

조금 가다 보니 뒤어서 어떤 사람이 사진을 찍어 주겠단다. 내가 발가락이 구분된 인진지 양말을 신고 뛰었는데 자기가 인진지 한국 대리점 역할을 한다며 그 양말을 보고 한국사람임을 알았단다. 일본에서는 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 사람과 5키로 급수대까지 같이 뛰었는데 자기는 사막마라톤을 좋아한다고 하며 나에게 권했다. 사하라는 한물 가고 요즘은 이디오피아와 고비 사막이 뜬다고 하는데 울트라도 해보지 못한 내가 사막마라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가 오는데다 기온이 낮아 목이 마르지 않아 5키로 급수대는 그냥 통과하고 7.5에서 물 한잔 마시고, 그 뒤에는 15키로 부터 매 5km마다 마셨는데 35키로 지점과 40키로 지점도 그냥 통과했다.

 

달리면서 유심히 살펴본 동경 시내는 참 깨끗하고 질서 정연했다. 일본은 이번이 다섯번째였는데 방문할 때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느끼면서도 질서 유지 측면에서는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이번 동경마라톤은 일본의 수도 동경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마라톤대회였는데 현 시장이 마라톤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반대하는 경찰간부들을 이끌고 런던, 뉴욕 마라톤 등을 벤치마킹까지 했다고 한다. 주로와 통하는 모든 길은 막아 놓아 차나 사람이 주로로 들어오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고 도로변의 시민들도 질서 정연하고 응원을 하였다. 4시간 20분 뛰는 동안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만 급수대에서 쓰고 난 컵이나 물병을 아무 곳에나 버리는 행동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쓰레기 통이나 그것이 불편하다면 하다 못해 급수 테이블이 설치된 쪽으로 버리면 될텐데 꼭 반대쪽으로 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20키로와 30키로 지점에서 따로 준비한 파워젤을 하나씩 먹었는데 그것을 먹은 다음에는 컨디션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것을 보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다음 마라톤 때는 15키로부터 좀더 자주 먹어봐야 되겠다.

 

비가 오는 동경 시내를 4시간 이상 뛰어가니 드디어 목적지인 국제전시장이다. 그 때까지 물 마실 때와 중간에 소변 본 때를 빼고는 전혀 걷거나 쉬지 않고 뛰었는데 기록은 저조하기 짝이 없다. 애시당초 좋은 기록에 욕심을 내지는 않았지만 예상했던 기록보다 10분 이상 쳐지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35키로 지점부터는 좀 더 빨리 뛰었는데도 불구하고 단축이 안된다. 내가 느낀 노력으로는 시속 11키로가 넘는데 스톱워치로 잰 실제 속도는 시속 10키로도 안되는 것이다.

 

결승점에 들어가면서 시계를 보니 4시간 20분이 조금 지나 있었다. 2003년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번도 쉬지 않았기에 기록이 저조해도 기분은 좋았다.

 

결승점을 통과하니 완주 메달, 체온 저하 방지를 위한 판쵸 같은 덮을 것, 물과 간식, 꽂다발(여자만)을 순서대로 주고 기록측정 칩을 자원봉사자들이 빼준다. 한 가지 옥의 티라면 보관된 짐을 찾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병목현상이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4시간 대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니 짐을 찾는 트럭 근처에서 한동안 움직이지도 않았다.

 

짐을 찾아서 탈의 공간(탈의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 축구장 만한 - 공간이라서)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여자와 남자가 섞여 있어 깜짝 놀랐다. 여자 탈의실이 별도로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남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장소에 여자들이 스스럼없이(?) 지나다닌다는 사실이 놀라왔다. 추위 방지 판쵸 같은 것을 입으니 무릎까지 덮여서 그것을 걸치고 하의를 갈아 입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국제전시장을 나와 린카이센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돌아가는 시간이 많이 걸린데다 신주쿠 역에서 헤매는 바람에 호텔에 도착하니 4시가 넘었다.

 

이번 마라톤에 참가해서 또 한번 일본인들의 질서의식에 탄복하였다. 경비가 많이 들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또 참가하고 싶은 대회다.

 

Posted by kim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