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위하여

지난 토요일(5/28) 여의도 한강변에서 개최된 금융노조 주최 거북이달리기대회의 하프 부문(21.0975km)에 참가하였다. 행사명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대회는 거북이처럼 천천히 달리면 되는 대회라서 기록을 측청하기 위한 칩도 없고 주최측의 시간측정도 없는 순수한 아마추어 대회였다. 그래서 더울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었다.

 

예정 출발시간인 9시 30분에 정확하게 출발하였다. 보통 이런 대회에서는 몇 분 늦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시간을 정확하게 맞춘 것을 보면 각오가 대단하였던 것 같다.

 

하프 전체 참가자는 겨우 50명 정도. 달리기 시합에 참가한 이래 처음으로 맨 앞 열에서 출발하였다. 직장의 선배되는 분과 같이 출발했는데 조금 지나서 뒤를 돌아보니 우리 뒤로 3-4명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보아 우리가 너무 천천히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달린 거리와 시간을 보니 시속 10km가 넘는다. 그리 천천히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니 앞서간 분들이 걱정되다. 저러다 나중에는 걸어야 할텐데...

 

주로에 약 2km 간격으로 급수대가 있는데 종이컵에 담아주는 것이 아니라 병째 준다. 한 병 집어들고 반 쯤 마시고 길 옆에 놓아둔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여의도 63빌딩 앞 고수부지가 출발지점이고 가양대교에서 조금 더 간 곳이 반환점이다. 반환점 도착한 시간이 출발 후 한 시간 가량되었다. 돌아갈 때 조금 더 분발하면 두 시간 내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반환점에는 물은 없고 바나나만 있다. 급수는 자주 해줘서 좋았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물이 없었다.

 

반환점을 돌아 조금 가서 목을 축인 다음 더 빨리 갈 생각은 없이 같은 페이스로 뛰었다. 5km 쯤 남은 지점에 오니 두 시간에서 28-9분 정도 남았다. 이제부터는 더 빨리 뛰어야 하는데 날씨도 덥고 사타구니가 아파서 빨리 뛰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목적지를 향해서 뛰어 무사히(?) 출발지점에 되돌아 왔다. 내가 측정한 기록은 2:01:44. 직장 선배와 두 시간 가량 이야기하면서 달리기를 하니 힘든 것을 모르겠다. 혼자 뛰었으면 조금 더 빨리 들어왔을 지도 모르지만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완주자 기념 메달과 수협에서 제공(협찬)한 기념품을 받아 내가 속한 직장의 텐트로 가니 직원과 가족들이 텐트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할 수 없이 햇볕이 따가운 텐트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시락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한 행사였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았고, 기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에 맞는 선배와 같이 달릴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화창한 초여름 날에 날씨가 너무 좋아 조금 더 일찍 출발하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대부분 가족 단위로 참가하는 놀이 한마당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에 홀로 참가한 내 욕심만 주장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참가할 것을 다짐한다.

 

Posted by kim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