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위하여

오늘은 9월 27일 토요일. 장거리 달리기 하는 날이다. 오전 5시 50분에 울리도록 맞추어 놓은 핸드폰 알람이 울렸는데 시간이 급하지 않은 토요일이라 조금 더 자고 6시 20분 쯤 일어났다. 빵 한 조각, Hammer Gel 등으로 허기를 채운 다음 신발, 옷, 양말, 심박계 등을 챙기고 밖으로 나간다.

7시 조금 못 미쳐 집에서 나가서 출발점으로 지정해 놓은 7.9km 지점에서 달리기 시작한 시간이 7시 정각이다. 오늘은 행주대교를 건너 한강 남쪽으로 가서 고수부지에 조성해 놓은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기로 했다. 거리 측정이 되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두 시간을 뛰어 간 다음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어제 일산호수마라톤클럽 홈페이지에 가서 행주대교까지 가는 코스를 대충 조사해 놓았다.

드디어 출발. 가능하면 천천히 뛰기로 하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10.7km 포인트인 열병합발전소까지 17.5분 정도 - 1마일당 10분 속도. 오늘은 네 시간이나 뛰어야 하기 때문에 이것보다 조금 더 천천히 뛰어야 한다. 열병합발전소를 지나서 차도와 보도의 경계가 없는 구간을 뛰어야 한다. 그래도 이른 시간이라 다니는 차가 별로 많지 않아서 다행이다. 백마역을 지나면서부터 아랫배가 싸르르 한 것이 심상치 않다. 대곡역 옆에 있는 터널을 지나는데 간이 화장실이 눈에 띄어 그곳을 이용해서 불편함을 해소한다. 대곡역 터널을 지나면 갈림길이 두 군데 있는데 첫번째 갈림길에서는 왼쪽 다리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가야 되고, 두번째 갈림길에서는 왼쪽 다리로 가야한다. 초행이라 두번째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선택해서 오른쪽으로 갔다. 조금 더 가니 일산신도시 호수로와 연결되는 4차로 도로와 만난다. 좌회전하여 고개마루를 넘어가서 오른쪽 수로를 따라 가면 행주대교다. 갈 때는 여기서 길을 잘못 들어 몇 분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수로를 따라 가다 보니 또 다른 개천과 만나는데 여기서도 길을 잘못 들어서 39번 국도 건너편으로 갔다. 이 곳에서는 39번 국도로 올라가서 50미터 쯤 가서 개천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고, 이리로 가면 다시 수로를 이용해서 행주대교로 갈 수 있다. 아무튼 갈 때는 반대편으로 가는 바람에 바닥이 고르지 않은 길로 가서 상당한 주의를 하면서 뛰었다. 게다가 차량 통행이 많아 복잡한 맨들(지명)의 교차로를 건너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행주대교로 가는 길까지 갔다. 여기부터 행주대교 까지는 이 코스의 가장 위험한 곳이다. 보도가 없고 마주오는 차가 빨리 지나칠 뿐만 아니라 횡단보도 표시가 없는 자유로 진출입 램프를 두 군데나 지나야 하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두울 때는 뛰지 말고 조심스럽게 걸어야만 될 것이다.

구 행주대교로 가라고 했는데 가드레일로 막아 놓은 것이 보여 신 행주대교로 갔더니 구 행주대교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할 수 없이 신 행주대교 보도로 뛰었다. 옆의 차도로 많은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니 차들이 지나치면서 일으키는 바람이 시원해서 좋기는 하지만 역풍이라 달리는데 방해가 된다. 다리 초입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다리 위에서 햄머젤과 스포츠 음료로 영양 보충을 하고 계속 뛰니 다리를 건너는데 약 10분 정도 걸린다. 거리가 1.6km 정도 되는 것 같다.

다리를 건너서 보니 신 행주대교와 구 행주대교 사이에 한강 고수부지로 내려가는 통로가 보인다. 가드레일을 타 넘어서 그리로 내려 갔다. 자전거 길이 있다는데 보이지를 않아서 약간 헤매다가 결국 찾았다. 이제부터는 잘 정비된 한강의 자전거 길이다. 자전거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남자가 있다. 인사를 하고 어디서 오는 것이냐고 물으니 반포에서 오는 것이란다. 대충 계산해봐도 20km 이상 뛰어온 것 같다. 계속 달려 방화대교를 지나니 12km 표지판이 나타난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 28분이 지나고 있다. 지금부터 5km 정도 더 뛰어 7km 표지판에서 돌아가기로 하고 계속 뛰었다. 가양대교를 지나고 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7km 표지판이 있다. 여의도 방향으로 더 뛰고 싶었지만 욕심을 억누르고 돌아선다. 여의도 쪽으로 계속 뛰어 천호동 광진교까지 가면 45km 이상 뛰는 것이다. 나중에 한번 해볼까?

반환점을 돌아 집으로 가는 길은 더 힘들게 느껴진다. 시간으로는 불과 30분 차이인데 반을 지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더 힘들다. 시간은 아침 9시가 지나 해가 중천에 떠 있어서 피부가 따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른쪽으로 한강물을 보며 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달리기 코스는 없을 것 같다. 달리기 하는 사람들을 물론이고, 군데군데 낚시하는 분들도 있고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분들도 있다.

방화대교 밑을 지나는데 매점이 하나 있다. 거기서 집에서 가져간 스포츠 음료를 마저 다 마시고 물을 사서 채워 넣었다. 행주대교에서 안양천 입구까지 있는 유일한 매점이다. 성산대교 쯤 가면 매점이 또 있을 것 같다. 한강 자전거길에서는 매점과 화장실의 위치를 잘 파악해 두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에서 급수대를 많이 배치해 두면 좋으련만... 있어도 물이 미덥지 않아 마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강 자전거 길에서 행주대교로 올라서면 구 행주대교로 갈 수 있는 구멍(?)이 있다. 구 행주대교는 차량통행을 못하는데 보행자도 막는 것 같다. 남쪽과 북쪽 입구를 철문으로 막아 놓았으며, 북쪽에는 가드레일까지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대로 잘 살펴보면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 구 행주대교를 김포 쪽에서 능곡 쪽으로 건너가서도 철문 오른쪽과 가드레일 오른쪽으로 통로를 찾을 수가 있다.

행주대교를 건너 맨들 교차로로 오면 오른쪽으로 차도를 건널 수 있는 터널이 있다. 올 때 봐 두었기 때문에 지나치지 않고 그 터널을 이용하여 길을 건넜다. 여기부터는 39번 국도의 서쪽(자유로 쪽) 수로를 이용해야 한다. 초행길이라 잘 못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나가는 할아버지께 물어보아 길을 확실하게 알아둔 다음 그 길로 뛰었다. 삼성당에서도 왔던 길로 가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오른쪽에 있는 마을을 통과하는 삼성수로길을 이용했다.

이제 30분 정도만 더 가면 된다. 다리와 발바닥이 너무 아프지만 참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다. 콧물이 흐르는 것 같아서 손으로 훔쳤더니 피가 흐른다. 서서 휴지로 콧구멍을 틀어막고 갈까 하다가 손으로 대충 닦고 나니 더 이상 흐르지는 않는 것 같아서 그냥 달렸다. 달리다가 코피가 나기는 처음이다. 그 정도로 무리를 한 것인가 하고 자문을 해본다. 하긴 연습 달리기로는 최장거리 기록 경신인 셈이다.

10월 19일이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이니 앞으로 3주 남았다. 개인 기록을 경신하고 Sub-4를 하고 싶지만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이제부터는 tapering을 해야 하니 연습은 마무리 단계이다. 춘천마라톤은 나의 여섯번째 마라톤인데 그 뒤에 다시 마라톤을 뛰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라톤 준비를 하다보면 본 경기보다 더 힘든 것 같아서 그저 Fun Run으로 건강만 지키지 무엇하러 그 힘든 마라톤을 뛰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마라톤을 뛴 다음에는 다시는 안 뛰지 하다가도 또 신청을 하는 나를 보면 마라톤의 매력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것인가 보다.

 

참고사항:
한강 남쪽 고수부지에는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팅, 달리기, 산보 등을 즐길 수 있는 통칭 자전거 길이 조성되어 있다. 행주대교에서 부터 명일동까지 연결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총 연장은 40km가 넘고, 행주대교에서 광진교까지만 해도 37km 정도 된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여의도부터 광진교 까지의 자전거 길을 확장하고 잘 정비하여 아주 편한 마라톤 코스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Posted by kimpk